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옷은 잠깐만 입고 있어도 불편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팔을 움직이기도 몇 발짝 걷기도 어렵습니다. 입고 있는 동안에는 뭐 하나 편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죠. 온통 신경은 옷에 가 있는 경우가 많고요. 하물며 가족관계등록부에 내 가족이 아닌 사람이 부모로 올라있다면 어떨까요. 혹은 내 부모가 낳은 자식이 아닌 사람이 내 형제로 버젓이 등재돼 있다면 어떨까요.
이번 시간에는 실제 가족관계와 가족관계등록부 사이에서 생기는 불일치와 이 불일치를 바로잡는 소송인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소송에 관해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사례를 먼저 알아볼까요.
P는 6인용 병실에 한켠 좁은 침대에 누워 있는 어머니 손을 꼭 붙잡은 채 말이 없습니다. 초기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는 어린아이처럼 해맑은 얼굴을 한 채 잠들어 있습니다. P는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소송을 준비중입니다.
P의 가족관계등록부상 어머니는 다른 사람입니다. P의 아버지는 집안의 강요로 그와 결혼했습니다. 그리고 줄곧 불행하게 살았습니다. 견디다 못한 아버지는 가출을 결심, 지방으로 도망치듯 떠났고 그곳에서 P의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둘 사이에 P가 생길 때까지 아버지는 끊임없이 이혼을 요구했으나 아버지의 배우자는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 집안의 재산때문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어쩔 수 없이 그 사람을 어머니로 하는 출생신고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몇 년 후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그 후로 P는 어머니 힘들게 살았습니다. 호적 문제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고단한 삶이었습니다. 그러나 P는 이제라도 잘못된 가족관계등록부를 바로잡아드리고 싶습니다.
법적으로 P와 어머니는 남남입니다. 아무런 사이도 아니죠. 평생으로 부모와 자식으로 살았으나 서로 어떤 권리도 주고받을 수 없는 겁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셔도 P는 상속을 받을 수 없습니다. P는 어머니를 위해 하다못해 등본 한 장 대신 떼어드릴 수가 없습니다.
가족관계등록부는 우리의 모든 신분상 질서의 기준이 되는 중요한 공적 문서입니다. 가족관계등록부에 등재되어 있지 않으면 아무리 내 배 아파 낳은 자식이라도 친부모 노릇을 할 수 없습니다. 적어도 공적 영역에서는 말입니다. 반대도 마찬가지죠.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이라도 가족관계등록부에 친부모나 친자식으로 올라있으면 그에 따른 권리를 얻게 됩니다. 실질 관계는 따지지 않습니다. 누가 일일이 피검사 따위를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가족관계등록부를 고치는 문제는 간단치 않습니다. 한 번 등재되면 엄청난 신분상 질서가 새롭게 생기기 때문입니다. 반드시 법원의 판결을 통해서만 등록부를 고칠 수 있도록 강제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P가 잘못된 가족관계등록부를 바로잡기 위해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이유도 같습니다.
P는 크게 두 가지 소송을 한꺼번에 하는 거라고 보면 됩니다. 먼저 가족관계등록부상 어머니(편의상 호적상 모라고 부르겠습니다)와의 친자관계‘부존재’ 소송과 친모와의 친자관계 ‘존재’ 소송입니다. 즉 호적상 모는 가짜 엄마라는 사실을 하나 인정받고, 친모는 진짜 엄마라는 사실을 하나를 또 하나 인정받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P가 가족관계등록부를 정정한다는 건 기존에 있던 어머니를 지우고, 새로운 어머니를 넣는 과정입니다. 자세히 보자면 두 가지 단계를 거치는 겁니다. ‘지우는’ 단계와 ‘넣는’ 단계. 지우는 데 필요한 근거가 바로 친자관계 ‘부존재’ 소송입니다. 그리고 새롭게 넣는 데 필요한 근거가 바로 친자관계 ‘존재’ 소송인 겁니다. 이해가 좀 되나요.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소송에서 꼭 필요한 과정은 유전자 검사입니다. 유전자 검사는 굳이 호적상 모와 친모 양쪽을 대상으로 두 번 할 필요는 없습니다. 친모와 한 번만 하면 됩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유전자 검사의 정확성이 거의 100%에 가까워진 점을 볼 때 친자가 맞다는 결과만으로 충분히 입증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P는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소송을 진행할 경우 굳이 두 가지 소송을 따로 진행할 필요는 없어집니다. 한 절차를 통해 ‘부존재’와 ‘존재’ 소송을 한꺼번에 진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P는 친어머니와 유전자 검사를 먼저 진행한 후 소송을 시작하면 그만큼 소송에 들이는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호적상으로나마 오래 외로웠을 어머니를 달래드리는 길은 하루라도 빨리 소송을 마쳐 가족관계등록부를 바로잡는 길일 겁니다. 위와 관련한 사항으로 조력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대표변호인에게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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