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친생부인의 소 고민 중이시라면

바나나맛딸기 2022. 2. 24. 10:25

 

남녀가 결혼해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는 남편의 아이로 추정됩니다. 적어도 법적으로는 그런데요. 이를 친생추정이라고 합니다.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결혼한 부부가 아이를 낳으면 당연히 둘 사이 아이일 텐데 왜 굳이 이런 제도를 두고 있을까요.

그 의문점에 대한 이유는 이렇습니다. 일단 엄마와 아이 사이는 출산이라는 극적인 사건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굳이 친자인지 아닌지를 따지지 않아도 당연히 인정되는 관계죠. 대부분 병원에서 아이를 낳는 요즘 상황을 비춰보면 증인도 많습니다. 속이려야 속일 수 없는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아빠와 아이 사이는 좀 다릅니다. 의심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말인데요. 만약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친생추정을 통해 아이 아빠를 정해두지 않으면 아이 신분이 불안정할 수 있습니다. 아빠의 선택에 따라 아이에게 불이익이 미쳐서는 곤란하겠죠. 민법은 그래서 혼인 중에 아이가 태어나면 남편의 아이로 우선 인정하고, 이를 부정할 만한 객관적인 상황이 있을 때 친생부인의 소를 통해 친자관계를 부정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수원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A는 철부지 시절 만난 전남편과 오랜 불화를 겪다가 이혼소송을 통하여 어렵게 헤어질 수 있었습니다. 전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별거를 결정하고 힘든 시기를 보내오던 당시에 A는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주는 남성 B를 만나게 되었고 곧 두 사람은 연인관계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진행 중이었던 이혼소송만 잘 마무리 되면 바로 결혼을 약속했었고 그 와중에 A는 B의 아이를 임신하기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전남편과의 법률공방은 쉽게 끝나지 않았고 결국 시간이 흘러 아이를 출산하게 되었습니다. 당장 아이의 건강보험혜택을 위해서는 출생신고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부득이하게 전남편을 아버지로 하여 출생을 신고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아이의 친부를 찾아주고자 합니다. 누구보다 축복받으며 사랑받아야 할 아이를 위해서라도 말이죠.”

 

 

친생추정이 미치는 ‘혼인 중’이란 ‘혼인 관계 성립일부터 200일 이후’ 또는 ‘혼인 관계 종료일부터 300일 이내’를 포함합니다. 이렇게 혼인 중에 태어난 자녀가 분명한 근거에 따라 친생자가 아니라고 여겨지면 친생자임을 부정하는 소송, 즉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해서 부자(父子) 관계를 단절시킬 수 있습니다.

다만 ‘혼인 관계 종료일부터 300일 이내’ 출생한 자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5. 4. 30. 혼인관계 종료의 날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에 관한 부분이 ‘입법재량의 한계를 일탈하여 모가 가정생활과 신분관계에서 누려야 할 인격권,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는데요.

 

 

사회적으로 이혼 및 재혼이 많이 늘어나고 법률적으로 여성의 재혼금지기간도 폐지되었으며 협의상 및 재판상 이혼에 필요한 시간이 상당히 늘어난 이상, 혼인 종료 후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가 부의 친자일 가능성은 과거보다 크게 줄었으며 유전자 검사를 통해 친아버지로 확인된 사람이 자기 친자를 인지할 적극적 의사가 있는 때에는 자녀의 법적 지위에 공백이 생길 여지도 없기 때문입니다.

친생추정이 미치는 자녀에 대한 친생을 부정하려면 원칙적으로 친생부인의 소를 통해야 하나, 위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혼인 종료 후, 그러니까 이혼 후 300일 이내에 태어난 자녀에 대해서는 보다 간소화된 절차인 친생부인의 허가청구를 통해 친생추정을 배제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다만 위 A씨의 사례에서는 부득이한 사유로 ‘이미 출생신고를 한 상황’이기에 친부로 가족관계등록부를 정정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친생부인의 소’를 통해서만 해결이 가능합니다.

 

 

이처럼 혼인 중 출생한 자는 그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되므로 그 사이에 법률상 부자 관계가 당연히 인정됩니다. 친생부인의 소를 통해 그 추정을 번복시키지 않고는 제삼자가 그 자녀를 인지 등을 통해 자기 자녀로 만들 수 없다는 겁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친자임이 드러났다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드시 소송을 통해야만 합니다.

이 소송은 부부 중 한 명이 제기할 수 있습니다. 다만 남편이 자녀 출생 전에 사망하거나 남편 또는 아내가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기간 내에 사망한 때에는 남편 또는 아내의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만이 그 사망을 안 날부터 2년 안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소송의 상대방은 부부 일방 또는 자녀가 되는데요. 만약 상대방이 될 사람이 모두 사망한 때에는 검사가 상대방이 됩니다.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소송 제기기간입니다. 이 소송은 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2년 안에 제기해야 합니다. 상대방 될 사람이 모두 사망한 경우에는 그 사망을 안 날부터 2년 안에 해야 합니다. 이 기간이 지나면 너무 당연하게도 다시는 잘못된 가족관계를 바로잡을 수 없게 됩니다.

 

소송을 통해 부자 관계를 단절하는 판결이 확정되면 판결 확정일부터 1개월 안에 판결서 등본과 확정 증명서를 첨부해 가족관계등록부 정정을 신청해야 합니다. 

 

 

법률상 이미 맺어진 자식과의 관계를 끊어내는 소송은 생각만큼 간단치 않습니다. 소송 과정에서 가족 구성원들이 받게 될 상처도 미리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또한 전남편과 대면할 수 있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가지고 차일피일 소송진행을 미루는 분들도 많은 편입니다. 경험 많은 전문가의 조언은 그런 면에서 소송을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