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친생부인의 허가청구 신속하게 해결하시려면

바나나맛딸기 2022. 4. 12. 12:29

 

민법이 개정되면서 새로이 시행되고 있는 친생부인의 허가청구에 관해 묻는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아이의 출생신고를 제 때 하지 못해 발생하는 다양한 피해를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고 소송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전남편과의 대면을 하는 일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여전히 이러한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하거나 친생부인의 허가청구를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난감하다며 주저하다가 시간을 허비하는 분들이 꽤나 많습니다. 이러한 분들에게 조언을 드리려고 하는데요. 우선 사례부터 볼까요?

 

 

정아(가명)씨가 배우자인 민철(가명)씨를 피해 집을 나온 지 벌써 1년이 넘었습니다. 결혼 이후 하루가 멀게 계속되는 민철씨의 폭력을 더는 견딜 수 없어서였습니다. 정아씨는 지금 지방 소도시에서 작은 마트에서 일하며 만난 창섭(가명)씨와 좋은 관계에 있습니다. 힘들었던 시간을 버틸 수 있게 해 준 고마운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둘은 현재 연인관계이지요. 

그런데 최근 정아씨는 며칠 전 병원에 갔다가 임신 소식을 들었습니다. 창섭씨는 어린애처럼 펄쩍 뛰며 좋아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은 별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던 정아씨는 여전히 자기 호적 정리가 안 된 걸 깨달았습니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파탄에 이른지 오래된 민철와의 혼인관계를 빨리 정리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전남편은 변한 게 없었습니다. 이혼은 꿈도 꾸지 말라고 했습니다.

 

 

정아씨는 새로운 행복을 찾고 싶으나 호적 때문에 고민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 상태에서 아이가 태어난다면 굉장히 골치 아픈 문제가 생깁니다. 내 배 아파 낳은 내 자식을 내 호적에 올릴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꼼꼼히 알아보겠습니다.

민법에는 ‘친생추정’이란 말이 있습니다. 풀어보면 ‘친자식으로 미루어 인정’한다는 뜻 정도가 될 텐데요. 이게 무슨 말일까요. 친자식이면 친자식이고 아니면 아닌 거지 일단 미루어 인정까지 할 건 또 뭔가요. 그건 바로 아버지와 자식 사이에 생길 수 있는 문제 때문입니다.

 

 

엄마와 자식 사이는 출생이라는 사실만으로 친자관계가 인정되나 아버지와 자식은 다릅니다. 유전자 검사를 하면 된다지만 이 역시 번거로운 절차인 것 매한가지입니다. 즉 아이가 태어나도 아버지와 자식 사이는 생물학적으로 바로 확인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유전자 검사 기술을 상상도 할 수 없던 시절은 더 말할 것도 없겠죠.

핏줄을 중시하는 사회에서는 일단 아버지와 자식 사이가 친자관계라는 사실을 빨리 확정 지을 필요가 있었습니다. 일단 친자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면 바로 친자관계를 인정해버리는 겁니다. 그리고 그걸 뒤집기 위해서는 아주 까다로운 절차를 밟도록 하는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조금만 의심스러운 상황이 있어도 친자관계를 확인해보려는 시도가 남발할 수도 있으니까요.

 

 

민법은 친생추정 규정을 두어 ①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경우에는 남편의 자식으로 추정하고, ② 혼인신고를 한 날부터 200일이 지나서 혹은 혼인 관계가 끝난 날(이혼 신고일 또는 이혼 판결일)부터 300일 안에 태어난 아이는 혼인 중에 임신했다고 추정합니다. 친생추정을 없애려면, 즉 누군가의 친생자로 추정받는 효과를 부정하려면 반드시 친생부인의 소에 의해야 합니다. 법원의 확정판결이 없는 한 동사무소에 유전자감정서 갖다 주면서 출생신고해 달라고 해도 소용없는 겁니다.

사례에서 정아씨는 두 가지 경우에 맞닥뜨릴 수 있습니다. 첫째는 아이가 태어난 후에야 이혼절차가 마무리된 경우와 둘째는 이혼절차는 마무리됐으나 그 후로 300일이 지나지 않아 아이가 태어난 경우입니다. 만약 정아씨가 첫 번째 경우처럼 이혼 신고 전에 아이를 낳았다면 그 아이는 꼼짝없이 전남편의 아이로 추정받게 됩니다. 아이의 출생신고를 위해서는 꼭 친생부인의 소를 거쳐야 하는 겁니다. 꿈에서도 얽히고 싶지 않은 남편과 얼굴을 맞대고 소송을 해야 할 수도 있는 겁니다. 정아씨에게는 더없이 끔찍한 일일 겁니다.

 

 

다음으로 두 번째 경우처럼 이혼절차가 마무리된 지 300일이 안 돼 아이를 낳았다면 상황은 좀 달라집니다. 2018년 이전만 해도 이 경우 역시 친생부인의 소로만 친생추정을 없앨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까지 친생부인의 소를 강제하는 건 불합리하다는 헌법재판소를 판결에 따라 새롭게 생긴 제도가 바로 친생부인의 허가청구입니다. 용어에서 알 수 있듯 친생부인의 소보다는 간단한 절차입니다. 이 절차는 아이의 친엄마가 원하면 전남편에게 알리지 않고도 얼마든지 소송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정아씨에게 친생부인의 허가청구는 꼭 필요한 제도일 겁니다.

 

 

정아씨가 어떤 상황을 맞느냐는 사실 정아씨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혼 과정부터 관련 분야에 경험 많고 실력 있는 전문가와 상의하면서 전체 과정을 조율한다면 충분히 두 번째 상황을 만들 수 있는 겁니다. 친생부인의 허가청구 절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얼마나 재판부를 귀찮게 하고 적극적으로 달려드느냐에 따라 결과가 나오는 시간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소송을 업으로 살고 있지만 오래 끌어서 좋은 소송은 없다고 봐도 좋습니다. 가끔 소송 전략상 시간을 끌 순 있겠지만 그때도 역시 늘어나는 시간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친생부인의 허가청구도 친생부인의 소에 비하면 간단한 절차이지만 시간 끌어 좋을 건 없습니다. 가장 효율적으로 가장 짧은 시간 안에 소송을 끝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또한 전남편에게 통보를 하는 법원의 실무적인 문제까지 완벽히 차단하고 싶으신 분이라면 더더욱 전문변호인을 통해 친생부인의 허가청구를 진행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