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전문변호사가 말하는 상속재산분할 방법과 그 이야기

바나나맛딸기 2022. 12. 13. 10:49

 

누구나 사망하면서 어느 정도 재산을 남기기 마련인데요. 이 재산은 대개 민법이 정한 일정한 사람들 소유가 됩니다. 이 과정을 우리는 상속이라고 부르죠. 여기까지는 많은 분이 잘 압니다. 다만 이 재산이 어떤 기준, 어떤 비율로 나뉘는지 물으면 대부분 고개를 갸웃거리시는데요. 

 

상속인 수에 따라 공평하게 나눈다거나, 유언이 있으면 무조건 그에 따라야 한다거나. 아예 틀린 말이라고 보긴 어려우나, 정확하지도 않은 답입니다. 전문변호사로서 오늘은 상속재산분할에 관해 자세히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사례를 하나 들어볼까요.

 

 

김모씨는 얼마 전 폐암으로 사망했는데요. 남긴 재산은 아파트와 상가 건물을 포함해 모두 21억 원 정도입니다. 상속인으로는 배우자와 두 딸이 있습니다. 장녀는 스무 살에 유학을 떠난 이후 줄곧 미국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김모씨는 장녀에 대한 사랑이 남달라 대학원 과정까지 유학 비용만 해도 5억 원 정도를 지원했습니다. 

 

반면 차녀는 몸이 약한 어머니와 폐암 투병 중이던 김모씨를 지난 3년 동안 극진히 모셨습니다. 언니만큼 배우지도, 좋은 직장에 다니지도 못했으나 부모님을 위하는 마음만큼은 누구에게도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이 사례에서 김모씨가 남긴 상속재산은 어떻게 나뉠까요.

 

 

상속재산분할 방법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지정분할, 협의분할, 강제분할. 글자 그대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지정은 누군가 말하거나 가리킨 대로, 협의는 뜻을 모아서, 그리고 강제는 일정한 기준에 따라 억지로 상속재산을 나누는 방식입니다. 하나씩 자세히 살펴보죠.

지정분할은 상속재산을 남기는 사람(피상속인)이 유언을 통해 재산 나누는 방식이나 그 방식을 결정할 사람을 미리 지정하는 방식입니다. 상속재산분할 방법 중 가장 우선되는 기준입니다. 원칙적으로 피상속인에게는 유언의 자유가 보장되니까요. 자기 재산을 자기 마음대로 처분하는 자유는 살아서만이 아니라 죽어서도 보장되는 (적어도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가장 으뜸이 되는 권리입니다.

 

 

협의분할은 피상속인이 아무런 유언 없이 사망했을 때 상속인들이 각자 상황을 참작해 협의로 상속재산을 나누는 방법입니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죠. 그러나 막상 협의를 통한 분할은 쉽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이미 성인이 된 상속인들이 재산을 앞에 두고 뜻을 모은다는 게 생각만큼 간단치 않아서입니다. 똑같이 나누자고 해도 누군가는 불만을 드러내기 마련이고, 아무리 가족이라도 다른 상속인 몫을 많이 인정하기는 쉽지 않은 법이죠.

상속인들 사이 협의가 안 되면 강제로 나눌 수밖에 없습니다. 상속재산분할 소송을 벌여야 하는 건데요. 소송이 시작되면 법원은 상속인들에게 돌아갈 상속분(구체적 상속분)을 처음부터 다시 정하게 됩니다. 이때 중요한 기준이 특별수익과 기여분입니다. 특별수익은 공동상속인이 생전에 증여받은 재산이고, 기여분은 상속재산 형성이나 피상속인 부양에 기여한 상속인에게 인정되는 추가 상속분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특별수익을 많이 받았으면 그만큼 남은 재산에선 덜 가져가야 하고, 세운 공이 있으면 상속분을 더 인정받게 되는 겁니다. 법원은 각자 상황을 참작해 최대한 공평한 상속이 이뤄지도록 노력합니다.

 

 

사례로 돌아가 봅시다. 김모씨가 남긴 재산은 21억 원입니다. 원칙(법정상속분)대로라면 배우자와 두 딸이 각 9억 원, 6억 원씩 가져가야 합니다. 그러나 장녀는 이미 유학 자금으로 5억 원을 받은 상태입니다. 특별수익이 5억 원인 겁니다. 배우자나 차녀로서는 장녀와 똑같은 몫을 받아야 한다면 당연히 억울하겠죠. 

 

게다가 차녀는 오랜 기간 부모님을 모시기까지 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어떤 대가를 바라진 않았겠으나 적어도 상속재산을 나눌 때는 조금이라도 그 공로를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클 겁니다. 이 상황에서 장녀와 차녀가 상속재산분할을 순조롭게 협의하기가 쉬울까요. 아마 그렇지 않을 겁니다.

 

 

이처럼 상속재산분할 문제에는 여러 쟁점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 가족이 산산조각이 나기도 합니다. 작은 오해가 돌이키지 못할 원한이 되기도 합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전문변호사로서 조언을 드리자면 상속재산에 대해서는 평소 가족들끼리 대화를 통해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해두는 게 좋습니다. 다만 갈등을 피할 수 없다면 반드시 전문가와 함께 소송을 진행하실 것을 권합니다. 감정이 소송에 끼어들면 돈도 가족도 잃을 수 있다는 점 명심하시고, 경험 많고 실력을 갖춘 전문변호사에게 도움을 구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