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이혼 후 출생신고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하기

바나나맛딸기 2022. 1. 17. 11:21

 

얼마 전 협의이혼 절차를 진행하는 지인을 만났습니다. 그는 둘 사이 이혼 의사가 분명한데도 왜 이리 절차가 느리냐며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저는 마땅히 할 말을 찾지 못해 조용히 술잔만 부딪히다 집에 돌아왔는데요. 실제로 예전보다 이혼 절차가 복잡해지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사실입니다.

 

둘 사이에 재산 다툼이 있거나 갈등이 많으면 절차는 더 늘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실무적으로 보자면 이혼 소송이 1년 안에 끝나는 경우가 거의 드물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늘은 이와 관련하여 파생되는 이혼 후 출생신고라는 한 가지 고민거리를 소개하며 그 해결방법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최모씨는 2년에 걸친 소송 끝에 얼마 전 겨우 전남편과 이혼했습니다. 소송 시작 1년 전부터 별거한 기간까지 따지자면 전남편과는 3년이 넘도록 떨어져 지냈습니다. 소송이 한창 진행되던 중 최모씨는 현재 남편을 만났습니다. 어려운 상황을 이해해주는 따뜻한 사람이었습니다. 힘든 과정을 잘 견딜 수 있었던 것도 남편 덕분이었습니다.

이혼 소송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무렵 최모씨는 아이를 가졌고, 이혼한 지 3개월이 지나 출산했습니다. 그러나 아이 출생신고를 하러 갔던 남편은 시무룩한 얼굴로 돌아왔습니다. 아이 아빠를 남편으로 할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던 겁니다. 부부는 말문이 막혔습니다. 이혼 후 출생신고는 간단한 일이 아니었음을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사례처럼 이혼 후 출생신고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는 민법상 친생추정이라는 제도 때문입니다. 혼인이나 이혼을 기준으로 일정한 기간 전후로 태어나면 혼인 중 남편 아이로 추정한다는 규정인데요. 친생추정이 미치는 아이에게서 그 추정을 없애려면 원칙적으로 친생부인의 소라는 소송를 거쳐야 합니다.

 

 

민법이 정하는 친생추정 규정 내용은 ‘혼인 중 임신한 아이는 남편의 아이로 추정한다’입니다. 혼인 중 임신인지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에도 ‘혼인이 성립한 때부터 200일 이후’ 혹은 ‘혼인이 종료된 때부터 300일 이내’에 아이가 태어나면 혼인 중 임신으로 보는데요. 이혼 후 출생신고를 아이 친아빠로 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겁니다. 다만 여기서 혼인이 종료한 날부터 300일 이내에 태어난 경우에도 반드시 친생부인의 소를 통해 친생추정을 배제하도록 한 규정은 지난 2015년 헌법재판소로부터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습니다.

 

 

요즘처럼 이혼까지 걸리는 시간이 긴 상황에서 이혼 후 300일이 지났다는 건 이미 부부 사이는 파탄 상태일 가능성이 크므로 이 경우까지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인) 친생부인의 소를 강요하는 건 옳지 못하다는 게 헌법재판소 태도였습니다. 그래서 새롭게 도입된 제도가 친생부인허가청구입니다.

친생부인허가청구는 친생부인의 소보다 훨씬 간소화된 절차로 진행되므로 이혼 후 출생신고 과정이 이전보다 빨라질 수 있습니다. 전남편이 소송 당사자가 아니라서 제출한 서류만으로 재판부가 친생부인 여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례에서 최모씨는 친생부인허가청구를 통해 아이 출생신고를 제대로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는 남편과 아이 유전자 검사가 꼭 필요합니다. 심판 과정에서 재판부 판단에 따라 전남편 동의서를 요구하거나 그 의견을 청취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개는 굳이 전남편에게 알리고 싶지 않을 텐데요.

 

이 경우엔 반드시 재판부에 그 뜻을 전달해야 합니다. 넋 놓고 있다가 전남편이 알게 되면 예상치 못한 갈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혼 후 출생신고를 별 탈 없이 처리하려면 그래서 반드시 전문가 도움을 받는 게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