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 사례를 살펴보며

바나나맛딸기 2022. 1. 21. 11:08

 

민법 제741조는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합니다. 아무 이유 없이 다른 사람 재산이나 노력으로 이익을 얻었는데, 그 이익이 다른 사람에게 손해가 됐다면 당연히 이는 반환하는 게 맞겠죠. 받을 자격 없는 사람이 무언가를 받아 이익을 챙긴 셈이니까요. 이처럼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얻은 이익을 우리는 ‘부당이득’이라고 하고, 그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이라고 합니다.

 

 

A와 B는 왕십리에 있는 조그만 상가 건물을 절반씩 공유하는 중이었습니다. 어떤 이유에선지 이 건물은 바로 옆 S 소유 토지를 일부 침범한 상태였습니다. 아무래도 공사하면서 뭔가 착오가 발생한 듯했습니다. S는 A와 B를 상대로 자기 토지를 원상 복구할 것과 그때까지 발생한 임대료에 해당하는 부당이득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때 S는 A와 B에게 각자 공유지분에 따른 비율로 청구해야 할까요. 아니면 어느 한 사람에게 부당이득 전부를 청구할 수도 있을까요.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을 사용한 경우의 부당이득반환채무의 성질에 관해 대법원은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을 사용한 경우의 부당이득의 반환채무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불가분적 이득의 반환으로서 불가분채무이고, 불가분채무는 각 채무자가 채무 전부를 이행할 의무가 있으며, 1인의 채무이행으로 다른 채무자도 그 의무를 면하게 된다’라는 태도입니다.

 

 


채무가 불가분이란 건 글자 그대로 ‘나누어 책임질 수 없다’는 뜻입니다. 자기 지분만큼을 갚았어도 채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말이죠. 민법 제411조는 여러 사람이 불가분채무를 질 때 연대채무 규정이 일부 적용된다고 합니다. 연대채무자는 전체 채무에 대해 책임이 있으므로 이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보면 됩니다.

 

판례에 따르면 사례에서 A와 B는 S에 대해 불가분채무를 지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러므로 S는 A와 B 중 누구에게든 부당이득금액 전부를 청구할 수 있는 겁니다. S가 A가 채무 전부를 갚으라고 요구했을 때 A는 자기 지분만큼을 갚았다는 이유로 나머지 청구를 거부할 수는 없는 겁니다. 물론 혼자서 나머지를 갚고 내부적으로 B에게 청구(구상)하는 건 별개입니다. 사례를 하나 더 볼까요.

 

 

가정이 있는 정 씨는 박 씨와 불륜관계를 맺으며 그 대가로 자기 앞으로 있던 강동구 아파트를 명의이전 해주었습니다. 얼마 후 박 씨와 사이가 틀어진 정 씨는 아파트를 돌려받고 싶습니다. 아파트를 증여한 원인행위인 불륜관계가 법률상 무효이므로 정 씨는 박 씨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까요.

 

민법 제746조는 불법을 원인으로 재산을 준 때에는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합니다. 이 규정이 만들어진 취지에 대해 판례는 불법 원인 급여는 법률상 원인이 없는 것이므로, 부당이득이 되어 그 이익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게 원칙이지만, 이런 청구를 인정하게 되면 법 이념에 어긋나는 행위를 한 사람 주장을 시인하고 이를 보호하는 것이 되어 공평 이념에 입각하고 있는 부당이득 제도의 근본 취지에 어긋날 뿐 아니라 법률 전체 이념에도 어긋나게 된다고 합니다. 

 

 

또 일반적으로 사회적 타당성 없는 행위를 되돌리려는 시도가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이라는 형식으로 주장되는 일이 많아서 불법 원인 급여 규정은 단지 부당이득 제도만을 제한하는 이론이 아닌 보다 큰 사법 기본 이념으로서 ‘사회적 타당성이 없는 행위를 한 사람은 그 스스로 불법한 행위를 주장하여 잃어버린 권리를 되찾을 수는 없다’라는 이상으로서 역할을 한다고 봐야 하는 겁니다. 한마디로 나쁜 짓을 대가로 누군가에게 이득을 준 사람이, 그 나쁜 짓이 무효라는 이유로 이익을 되찾는 행동은 참아줄 수 없다는 선언이라 볼 수 있는 겁니다.

 

 

두 번째 사례에서 정 씨는 박 씨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없습니다. 불륜관계를 대가로 아파트를 증여한 행위 자체가 이미 불법을 원인으로 준 재산, 즉 불법 원인 급여이기 때문에 비록 겉으로 볼 때는 박 씨가 부당이득을 얻은 것처럼 보여도 정 씨는 반환을 청구할 수 없는 겁니다.

부당이득을 둘러싼 다툼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쟁점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소송을 준비하고 있거나 부득이하게 소송에 휘말린 상황이라면 반드시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게 좋습니다. 미리 소송에서 쟁점이 될 만한 상황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준비를 철저히 해야만 소송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